1. 일찍 일어나기는 새에 양보해도 된다.
꼭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나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책과 굿즈가 있다면 일찍 오셔야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굳이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출발하는 편입니다. 첫날 종료 두 시간 전쯤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사실 언제 와도 사람이 많긴 합니다. 그러니 적어도 오는 길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겠습니다)
2. 계획은 다섯 권, 나머지는 우연에 맡긴다.
저는 철저한 편이라 언리밋에 가기 전에 참가팀 소개를 살펴보고, 보고 싶은 책을 다섯 권 정도 골라둡니다. 해당 부스의 위치도 확인해서 메모장에 적어놓습니다. 올해는 홈페이지에서 관심 있는 참가팀에 하트를 누르면 관람 동선을 짜주는 기능도 생겼습니다. 미리 부스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메모장에도 적긴 합니다.
1층에 사람이 너무 많으면 2층으로 올라가고, 보고 싶은 부스에 사람이 몰려 있으면 근처를 어슬렁거립니다.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면서 다른 책을 구경하는 셈입니다. 그렇게 발견한 책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다섯 권을 미리 정해놓고 전혀 다른 책을 사서 돌아오는 일이 드물지 않았습니다.
3. 지하 화장실과 2층 야외를 기억하자.
짧게 설명해도 되는 정보지만 너무 유용해서 길게 설명하겠습니다.
전시장 근처의 화장실이 붐빈다면 지하 화장실도 있습니다. 제가 다닐 때는 비교적 한적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모두 지하 화장실에 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2층에는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도 있습니다. 사람이 많아 답답해지면 그쪽으로 나가 잠깐 크게 숨을 쉬곤 했습니다.
주의. 밖에 나갔다 들어올 때 온도 차이가 꽤 납니다.
4. 11월의 미술관에는 두 개의 계절이 있다.
11월이지만 미술관 안은 생각보다 덥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더 덥고요. 저는 땀이 나기 시작하면 책을 보는 데 집중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두꺼운 옷 한 벌보다는 벗고 입기 편한 옷이 낫습니다. 핫팩은 돌아가는 길에 사용하는 편이 좋겠고요.
가방도 가벼울수록 좋습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오신다면 큰 짐은 미리 맡겨두고, 미술관에는 빈 백팩이나 에코백 정도만 들고 오는 방법을 권합니다. 책은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많이 사면 더 무겁습니다.
개별 포장된 사탕이나 야돔, 향기가 나는 오일, 이어폰이나 헤드폰도 제 개인적인 준비물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 지쳤을 때 잠깐 기분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5. 책을 보기 싫어지면 휴대폰으로 책을 보자.
사람이 너무 많아 책을 볼 의욕이 떨어질 때는 잠깐 앉아서 휴대폰을 켭니다. 언리밋 홈페이지나 참가팀의 인스타그램을 다시 살펴보는 겁니다. 현장에서는 사람이 많아 그냥 지나쳤던 책도 화면으로 보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관심이 없었던 책의 소개를 자세히 읽어보기도 하고, 아까 지나친 부스의 다른 작업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또 실물이 궁금해집니다.
6. 릴스에 등장한 호떡집은 주차장에 있다.
관람하다가 지치면 주차장 쪽에서 호떡을 먹거나, 미술관 건너편 카페에서 쉬거나, 하계역 쪽으로 걸어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쉬다가 다시 들어간 날도 있고, 사실 그냥 집에 간 날도 있습니다.
7. 동행인과는 잠시 해산한다.
친구와 함께 와도 결국 각자 보고 싶은 책 앞에서 따로 서 있게 됩니다. 한 사람은 사진집을 오래 들여다보고 싶은데 다른 사람은 그사이에 여러 부스를 구경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차라리 각자 구경하다가 다시 만나는 편을 좋아합니다. 서로 좋았던 부스를 소개해 주거나, 살까 말까 고민했던 책을 함께 보러 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친구가 전혀 다른 부분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지나쳤던 부스를 소개해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친구의 취향을 구경하는 시간도 생깁니다. (그래도 사실 저는 혼자가 더 좋습니다....)
8. 책을 칭찬하자.
책을 구경하다가 안 사고 나오는 게 민망하신가요? 꼭 무언가를 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마음에 드는 책을 보고 나올 때 "멋있습니다!", "잘 봤습니다!", "응원합니다!" 같은 인사를 건네는 편입니다. (경우에 따라 "맛있습니다!"도 가능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먼저 물어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입으로도 감탄합니다. 좋은 부분이 있다면 직접 이야기해 보기도 하고요. 책은 조심스럽게 다뤄주세요. 왁뿌볼처럼 주무르지 말고, 아기 궁뎅이 만지듯이 부드럽게 넘긴 다음 원래 있던 자리에 놓아주시면 됩니다.
창작자에게 말을 걸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책부터 유심히 살펴보세요. 먼저 설명을 해주실 수도 있고, 책을 읽다가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구체적인 질문을 할수록 즐거운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9. 영어로 책을 칭찬할 문장을 몇 개 준비해 가세요.
이건 과거의 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해외 참가팀의 책을 보고 아주 마음에 들어도 막상 입에서 나오는 말은 "Beautiful!" 정도였습니다. 표지도 좋고, 종이도 좋고, 페이지를 넘기는 방식까지 마음에 드는데 그걸 전부 Beautiful 하나로 해결하려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영어로 책을 구체적으로 칭찬할 수 있는 문장을 몇 개 미리 준비해 가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입니다.
- "I love how you used color in this book." (이 책에서 색을 사용한 방식이 정말 좋아요.)
- "The paper feels really nice." (종이의 촉감이 정말 좋아요.)
- "I really like the way the pages are arranged." (페이지를 구성한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 "This is my favorite spread." (이 펼침면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물론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말이 잘 안 나와서 눈을 마주치고 웃다가 오히려 대화가 잘된 적도 있습니다.
10. 예산은 어차피 초과한다.
저는 항상 예산을 정해둔 것이 무색하게 초과합니다.
그래도.. 우선순위는 정해두는 편입니다. 현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책이나 한정 굿즈는 먼저 살펴보고, 나중에도 구매할 수 있는 책이라면 조금 더 고민합니다.
줄이 긴 인기 부스를 기다림 없이 구경하는 방법은 저도 모릅니다. 주변 부스를 둘러보면서 사람이 줄어들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11. 책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면 나올 때다.
저는 관람하다가 한숨이 나오기 시작하면 슬슬 나갈 준비를 합니다.
특히 어느 순간부터 책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기 시작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일단 나옵니다.
언리밋에 갈 때는 간단한 간식을 먹고 출발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제대로 식사하는 편입니다. 주로 뜨끈한 국물이 생각납니다.
사람이 많은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안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전부 바쁘게 만들 필요는 없겠습니다.
보고 싶은 책을 몇 권 골라두고, 편한 신발을 신고, 밥도 든든히 먹고 오세요. 중간에 쉬거나 계획을 바꿔도 괜찮습니다.
사람이 많은 와중에도 자신만의 운명의 책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